양식 요리를 해보려고 어렵게 먹은 마음을 꺾어놓는 건 뭘까요? 생소한 재료, (언뜻 보기에) 복잡한 과정, 맛에 대한 확신의 부재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레시피를 읽다가 질려버려 책을 탁 하고 덮거나 노트북을 닫아 버리게 만드는 일등 공신 중 하나는 모르면 몰라도 '스톡stock'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쉽게 말해 육수인데 이게 그래도 종종 만드는 멸치 육수도 아니고, 양지 육수도 아니고...시판하는 걸 사자니 딱히 뭘 사야할지도 모르겠고 스톡 무시하고 맹물을 넣자니 육수가 요리의 생명이 되는 순간을 자주 경험한지라 내키지 않고..다들 그러시지 않았나요?
저야 직업상 스톡 만드는 걸 어렵거나 번거롭게 생각하지는 않는데 하얗게 국물을 내는 화이트 스톡류는 재료만 있으면 뚝딱 만들지만 갈색 국물의 브라운 스톡은 솔직히 좀 귀찮기도 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화이트 스톡과 브라운 스톡은 큰 차이는 없는데 아마도 브라운 스톡을 만드려고 일부러 소뼈를 사고 오븐에서 굽고 주방에 밴 누린내를 빼느라 고생한 기억이 자꾸 나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화이트 스톡, 브라운 스톡이라는 말부터 정리를 좀 해 볼게요. 치킨으로 만든 스톡이 화이트 스톡, 소뼈로 만든 스톡이 브라운 스톡, 이렇게 알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 하얗게 끓인 것을 화이트 스톡, 갈색으로 끓인 것을 브라운 스톡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닭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갈색이 나도록 끓인 것은 브라운 스톡이 되는 것이지죠. 최종 스톡의 색깔과 그리고 이 색깔을 만드는 조리 과정의 차이 때문에 화이트와 브라운이 나뉘는 것이지 사용하는 고기나 생선의 종류에 의해 나뉘는 것은 아니랍니다.
감자스프, 완두콩 스프 등 색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맑은 육수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화이트 스톡을, 어니언 스프나 각종 스튜들처럼 진한 육수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브라운 스톡을 쓰는데 화이트 스톡에는 주로 닭을, 브라운 스톡에는 주로 소뼈를 사용하기는 합니다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가정에서는요. 깊고 진한 맛의 어니언 스프를 만들 때 비프스톡을 쓰면 좋지만 아쉬운대로 치킨 스톡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치킨스톡을 브라운 스톡으로 만들면 프랑스에서 먹을 법한 좀 더 깊고 진한 맛을 낼 수 있어요.
어찌 보면 차이는 간단합니다. 닭뼈로 국물을 내기 전에 화이트든 브라운이든 전처리 과정이 한 번 있는데 화이트 스톡은 닭뼈를 물에 넣고 데친다면 브라운 스톡은 오븐에 넣고 굽는 것이지요. 그 외에 브라운 스톡에는 색과 맛을 위해 토마토 페이스트나 토마토, 레드 와인 등을 쓴다는 정도가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니지요.
저는 닭은 되도록이면 통으로 된 걸 사요. 그래야 뼈를 모을 수 있고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2 ~3마리 정도의 뼈가 모이면 육수를 낼 분량이 됩니다. 이번엔 작은 닭을 썼더니 약 3마리 분량이 되었는데 이 중 2마리의 뼈는 냉동해두었던 것을 썼어요. 곧 닭을 해체하는 법도 한 번 보여드릴게요. 이렇게 하면 아깝게 닭 전체로 국물을 낼 필요가 없어요. 고기가 국물에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하더라도 먹지 않고 버린다는 게 아깝잖아요. 먹자니 별 맛도 안 느껴질겁니다. 국물에 다 빠져나가서.
<재료>
닭뼈 1.2kg
대파 1줄기
셀러리 1줄기
양파 중간 크기 1개
당근 중간 크기 1개
올리브유 1큰술
토마토 작은 것 1개 또는 방울 토마토 6~7개 또는 토마토 페이스트 (토마토 페이스트가 좀 더 묵직한 맛이 나요)
부케가르니 (파슬리대 5~6줄기, 타임 1줄기, 월계수잎 1장)
화이트 와인 또는 레드 와인 100ml (좀 더 진한 맛을 원한다면 레드 와인)
정향 2개, 통후추(살짝 으깬 것) 10개
물 2리터
<만드는 법>
1. 닭뼈는 200도의 오븐에서 갈색이 날 때까지 충분히 구워요.
2. 대파와 셀러리, 양파, 당근은 모두 슬라이스 해서 올리브유 1큰술을 두른 큰 냄비에 볶아요. 토마토도 넣고 볶습니다.
3. 오븐에서 잘 구워진 뼈를 냄비에 같이 넣고 와인, 정향, 통후추 등을 넣습니다.
4. 물 2리터를 붓고 한 번 팔팔 끓여 불순물을 걷어내고 중약불로 낮춰 1시간 반 동안 (혹은 그 이상) 끓입니다.
5. 체에 걸러 국물만 받고 식힙니다.
6. 식은 후에는 표면에 뜬 기름을 걷어냅니다.
5. 바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반컵 또는 한 컵 또는 2컵 분량으로 소분해서 냉동 보관합니다.
* 주의사항 - 닭 몸통뼈 안은 흐르는 물로 꼼꼼히 씻어서 내장이나 등뼈 속에 숨어있는 피를 모두 제거해주세요. 그래야 국물 맛이 텁텁하지 않습니다.
아래 영상을 참조하시면 더욱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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