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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for thought

스텐냄비 이야기 그리고 올클래드All Clad

수업을 하다 보면 음식, 조리법에 대한 질문은 물론이고 조리 도구에 대한 질문도 참 많아요. 몇 십년씩 살림을 산다고 해도 늘 쓰던 것만 쓰다 보면 딱히 다른 도구와 비교해볼 기회도 없고 하니 요령껏 익힌 요리 솜씨와는 다르게 조리 도구에 대한 지식은 크게 쌓을 기회가 없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요리를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는 저도 뭘 잘 모르니 남들이 좋더라 하는 것 위주로 샀고, 독일에 출장을 갈 일이 있어도 한국에서 인기있는 브랜드 위주로 눈이 갔던 것 같아요. 출장길에 들고 오기 좋은 소도구들은 그런 독일 브랜드가 아직도 서랍장이나 찬장을 제법 채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고부터는 조리도구를 고르는 제 1의 기준은 기능성 혹은 효율성이 된 것 같아요. 단지 예쁘다고, 단지 고급스러운 소재라고, 단지 인기 있는 브랜드라고 구매하지 않고 어떤 요리를 할 때 어떤 기능을 가진 어떤 조리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고르다 보면 브랜드도 뒤죽박죽 섞이기 마련이지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은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냄비에 대한 질문을 참 많이들 하세요. 우선 저는 스텐 냄비와 주물 냄비를 주로 사용합니다. 스텐 냄비의 경우 통 3중이나 통 5중이고 바닥 3중, 바닥 5중만 된 것은 아주 큰 사이즈의 냄비가 아닌 다음에야 잘 안 씁니다. 별로 있지도 않고요. 독일 여행 가시면 많이 사오는 그 유명한 독일 브랜드들의 냄비는 대부분 바닥만 3중, 5중 그럴 겁니다. 바닥조차 얇은 것보다야 낫지만 통으로 된 것에 비하면 열전도율, 보존율이 더 좋지도 못해 조리하다 보면 바닥에 닿은 재료는 괜찮은데 냄비 측면에 음식이 닿으면 눌러 붙거나 타는 경험들 많이 하셨을 거예요. 통3중, 통 5중, 심지어 통 7중 냄비류는 그런 일이 거의 없어요. 예열만 제대로 되었다면 말이죠. 통으로 되어 있으니 냄비가 전체적으로 달궈져서 음식도 골고루 잘 익어 결국엔 음식 맛도 더 좋습니다. 그래서 F사 W사 이런 브랜드를 따질 게 아니라 국산이라 해도 통으로 된 걸 사용하시는 게 훨씬 맛있는 음식을 만드실 수 있어요. 

 

 

 

 

구체적인 브랜드를 추천하기는 그렇지만 제가 가장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들 중 하나를 꼽는다면 올클래드All Clad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가격을 검색하시고 저에게 화를 내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국내에서 사신다면, 아니 본고장인 미국에서 사신다고 해도 저렴한 가격대는 절대 아닙니다. 냄비나 프라이팬 하나에 몇 십만원씩 하니 비싼 편에 속하면 속했지 저렴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효율을 생각하면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대라고 생각해요. 사실 반영구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고요. 저도 10년째 사용하고 있는 것도 있고 아마 잃어버리지 않는 한 계속 사용하지 않을까 싶어요. 올클래드는 실제 상업 주방에서 아주 아주 많이 사용되고 있는 브랜드, 즉 많은 셰프들이 사랑하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제가 올클래드 냄비 중에서도 아주 아주 잘 쓰고 있는 제품은 바로 이 2쿼트짜리 (약 2리터) 소시에saucier입니다. 즉, 소스 냄비죠. 예전에 제 블로그에 소개한 적도 있는데 이 냄비는 정말 사용을 많이 하게 돼요. 그리고 서양 요리를 자주 하시는 분들이라면 거의 필수로 갖추셨으면 하는 냄비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바닥면 때문이에요. 바닥이 이렇게 둥글게 되어 있어서 주걱의 사각 지대가 거의 안 생깁니다. 베샤멜 소스를 만들 때, 아니면 한식으로 죽을 만들 때 계속 저어주어야 하는데 바닥에 각이 져 있으면 주걱이 닿기도 쉽지 않고 억지로 닿게 하려고 손목을 직각으로 꺾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생기는데 이 냄비를 사용하면 그럴 일이 없어요. 손목을 억지로 꺾지 않아도 주걱이 둥근 모서리에 착 감기게 닿아서 혼자 떡지거나 타는 부분이 생기지 않습니다. 

 

소위 밀크팬이라고 하는 것들을 소스팬으로 많이 사용하시고 가볍게 죽을 끓이는 용도로도 많이 사용하시는데 제가 본 바로는 대부분 직각이어서 정말로 우유 데우는 정도가 아닌 다음에야 소스팬으로서는 큰 가치가 없어 보였어요. 꼭 올클래드가 아니라도 바닥이 둥근 소시에를 하나 마련하시면 소스를 만들든, 죽을 끓이든, 소량의 잼을 만들든 자주 자주 쓰게 될 겁니다. 라면 끓이기도 좋은 사이즈이기도 합니다.

 

제일 많이 쓰이는 것이 2쿼트짜리고 1쿼트는 있으면 좋긴 한데 좀 작아서 2쿼트가 제일 실용적입니다. 제가 수업 시간에 소스팬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인데 (그만큼 소스를 많이 만드니 ^^) 이런 모양의 팬은 꼭 추천드리고 싶어서 일부러 옛날에 한 번 쓴 적이 있으면서도 재탕해서 다시 써 봅니다. 브랜드는 올클래드 말고도 소스를 많이 만드는 지역의 브랜드도 좋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요. 드부이에, 모비엘 같은 데서 이런 디자인의 소스팬을 발견하신다면 구입하셔도 돼요. 중요한 건 브랜드가 아니라 바닥의 모양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유명 셰프들이 많이 쓰는 브랜드들도 눈여겨 봐두시면 좋아요. 물론 올클래드, 드부이에, 모비엘 같은 브랜드들도 셰프들이 많이 사용하는 브랜드에 속합니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얼마나 고급이냐, 얼마나 자랑할만한 냄비냐를 따지기보단 순수히 기능과 효율성만 추구할 사람들이니까요. 제가 주로 사용하는 올클래드도 그런 브랜드고요, 요즘은 기회가 되면 국산 냄비들도 많이 사용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하나 둘 사고 있는데 편수, 양수, 팬의 모양 이런 데서 아직 제 기준에 아쉬운 건 있어도 품질만 놓고 보면 굳이 외국 브랜드를 살 일이 없어보이더라고요. 제 기준이라고 하는 것도 양식을 많이 만드는 제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다라는 것이지 한식에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올클래드 한 두개 살 돈으로 한 세트를 다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것도 큰 장점일 수 있겠지요. 품질도 거의 같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직은 별로 없어서 ^^ 할 수가 없지만 국산 브랜드들도 사용해보고 추천을 해보도록 할게요. 요즘 국산 통 7중 냄비들도 아주 괜찮아보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