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파스타는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인데 이국의 음식이다 보니 뭔가 복잡할 것 같고, 많은 도구가 등장할 것 같아 국수처럼 만만하게 요리하지 못하는 분들도 더러 계신 것 같아요. 예전에 클래스를 진행할 때 파스타가 들어가는 음식이 하나 있었어요. 여러 가지 메뉴를 해야 하는 클래스여서 파스타를 삶고 어쩌고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파스타는 미리 삶아 두었었죠. 그런데 정작 그 음식을 만드는 과정보다는 파스타를 미리 삶아 두는 법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꿀팁이라며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한 번쯤 공유하는 것도 괜찮다 싶었습니다.
제목에 소소하다고 언급한 만큼 정말 지극히 소소한 팁이지만 일단 알아두면 먹을 게 별로 없을 때 "파스타나 해 먹을까?"하는 말이 나올 수도 있을 정도로 파스타 만드는 일이 간단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1. 물과 소금의 비율, 그리고 파스타의 황금 비율
우선 파스타 1인분의 양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메인으로 먹느냐, 전채로 먹느냐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보통 한국에서는 파스타를 메인으로 먹는 경우가 많으니 익히기 전, 즉 건면 기준으로 약 80g 정도가 적절한 것 같아요. 익히고 난 후 면의 양은 170~180g이면 적지 않은 양, 제법 많은 양이고 양이 많지 않으신 분들이면 150~160g도 괜찮습니다. 익히고 난 후의 면의 양을 잴 일이 있느냐? 보통 없죠. 그런데 이 그램 수를 밝힌 것은 뒤에 얘기할게요.
그리고 소금, 파스타, 물의 양은 10:100:1000의 비율로 많이 얘기합니다. 소금의 종류에 따라 염도가 달라지므로 물론 이도 절대적인 것인 아니지만 알아두면 유용한 황금 비율이에요. 보통 파스타를 중심으로 양을 잡을테니 파스타 100g이면 소금이 10g, 물이 1000미리리터(즉, 1리터)가 되는 것이죠. 여기서 약간 더 늘거나 줄어드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비율이 이 정도 된다 생각하면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막상 만들어보면 소금의 양이 엄청나다는 것에 놀라실 겁니다. 내가 만든 파스타는 왜 맛이 없을까?에 대한 해답이 이 소금의 양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면에 간이 잘 스며있지 않으면 소스와 면이 따로 노는 경험을 하게 되실 겁니다.
2. 파스타면 미리 익히고 보관해 두는 팁
파스타를 만들 때 제일 귀찮은 게 뭘까요? 별 보람도 없어 보이는(?) 면 삶기가 아닐까 합니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간단한 팁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파스타를 전문적으로 파는 이태리 레스토랑 같은 곳이 아니라면 면은 미리 삶아서 1인분씩 나눠 두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은 당일에 다 사용하고 남는 건 그 다음날 스텝들 점심용으로 쓰거나 하죠. 이렇게 미리 익혀두면 퍼지지 않을까, 떡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 수도 있을텐데 보통 3일 정도는 사용 가능합니다. 물론 첫날 삶은 것보다 면이 퍼져서 맛이 좀 떨어질 수는 있어도 상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우선, 면을 삶을 때는 패키지에 알덴테로 제안된 시간보다 2분 정도 덜 삶아요. 스파게티니의 경우 알덴테가 7분인데 한 5분 정도 삶으면 됩니다. 삶고 나면 체에 받쳐 물을 버리고 (이때 면수는 서너컵 보관해두면 좋아요) 면에 올리브 오일을 넉넉하게 뿌려 면과 함께 섞어줍니다. 서로 붙어서 떡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죠. 그런 후 160~170g씩 나누어서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됩니다. (이때 나눈 것들이 서로 칼같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도 되요. 레스토랑에서는 1인분씩 개별 포장을 하긴 하나 가정에서는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됩니다.) 이렇게 해두면, 오늘, 내일, 모레까지는 면을 여러 번 삶지 않고도 파스타를 해 먹을 수 있지요
3. 파슬리 다져서 보관하는 팁
이것도 레스토랑에서 많이 사용하는 팁인데 적다보니 옛날 생각 많이 나네요. 면 삶고 나누고 파슬리 다지는 게 그 때는 왜 그리 귀찮았는지...귀찮은 걸 대신 해주니 레스토랑에 와서 식사를 하시는 것이겠지만 음식을 만드는 게 귀찮은 이유의 대부분이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준비하는 데 있죠. 어렵사리 이태리 파슬리를 구했는데 파스타 만들 때 몇 줄기 쓰고 나니 쓸 데가 없다, 이걸 어떡하나 싶을 때가 제법 있으셨을 겁니다. 파스타 자주 해드시는 분들은 파슬리 화분을 마련해서 그때 그때 뜯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화초에 손만 대면 죽어버리는 마법의 똥손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허브 화분을 키우기도 쉽지 않은 일이죠.
이태리 파슬리는 우선 씻은 후 물기가 하나도 없을 때까지 말려요. 물기가 있으면 다지는 것도 너무 힘듭니다. 샐러드 스피너가 있으면 여기에 넣고 돌려서 물을 빼주고 키친 타올로 꼼꼼하게 닦고 그러고도 몇 시간은 물기를 증발시킨 후 다지셔야 해요. 이렇게 물기를 완벽히 제거한 파슬리는 잎만 뜯어서 원하는 굵기로 다집니다. (줄기는 육수 만들 때 사용할 수 있으니 냉동 보관!) 그런 다음 넓은 쟁반에 깨끗한 면보를 깔고 파슬리를 넓게 펴 줍니다. 이렇게 한 나절 정도 말려요. 중간에 한 번 뒤집는다는 생각으로 전체적으로 섞어 주고요. 한 나절이라 하니 애매하죠? 파스타 접시 위에 파슬리를 뿌린다는 생각으로 손가락으로 파슬리를 집어서 문질렀을 때 손가락에 남는 게 거의 없으면 적당히 마른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당히'. 완전 건조된 파슬리가 아니라 생파슬리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되 손에 묻지는 않는 정도가 적당한 겁니다. 건조 파슬리는 향이 좀 기분 나빠요. 건조 파슬리를 팔기는 하는데 이걸 쓰니니 아무 것도 쓰시지 말라 권하고 싶습니다. 기껏 힘들게 만든 파스타 망칠 수도 있거든요.
보관은, 밀폐용기에 '새' 면보를 깔아요. (파슬리 말릴 때 사용한 건 이미 축축할 겁니다) 그 위에 파슬리를 넓게 펴서 넣고 면보로 잘 감싸고 뚜껑을 덮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1달은 갑니다. 이렇게 하고도 다 사용하지 못했다 싶으면 저는 냉동실에 넣기도 해요. 파스타에 넣기는 애매해도 수프 같은 데 쓰기엔 좋으니까요.
이렇게 미리 삶아 둔 면과 미리 준비해 둔 파슬리로 저는 이틀 연속 두 가지 버전의 레몬 파스타를 해 먹었어요. 위 사진의 파란 것은 파슬리 줄기를 다진 겁니다. 잎보다 향이 약해서 향을 내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고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을 낼 때 좋아요.
파스타 만드는 게 얼마나 간단한지를 보여드리려고 영상도 찍었건만 초점이 하나도 맞지 않아 올리지는 못합니다 ㅠㅠ
기회가 되면 간단한 파스타 레시피도 몇 가지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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