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만든 볶음밥은 맛이 없을까? 중국집처럼 풍미가 깊고 고소한 볶음을 할 순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있나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이 라드lard는 돼지 기름으로 음식을 더욱 고소하게 만들어주며 풍미를 더합니다. 서양에서는 이 라드를 버터처럼 덩어리 형태로도 많이 파는데 중식에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프렌치식의 패스트리를 만들 때 라드를 사용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면 all butter로만 만든 것과는 달리, 라드의 고소하고 버터의 향긋한 향이 고루 느껴지기도 하고 식감의 차이도 다소 있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 기억으로는 라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큰 통에 파는 업소용 라드유가 전부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가정에서도 만만하게 써볼만한 사이즈로도 나오네요. 기름을 추출하는 게 어렵지는 않지만 귀찮아서 그냥 사볼까 했더니 정육점에 말만 잘 해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비계로 만든 것 치고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만드는 건 너무 간편해요. 재료비도 거의 안들거나 아주 소소하게 들고요.
지방 함유량이 높은 식재료에서 지방을 추출하는 것을 렌더링rendering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오리 기름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저는 주로 오리 기름이 필요할 때 오리 지방으로 렌더링을 하는데 돼지 비계는 어쩜 오리보다 더 간편해요. 오리는 기름을 발라내는 것도 제법 일인데 돼지는 확실히 비계가 많으니 크게 손질할 일도 없습니다. 게다가 단골 정육점이라면 다른 고기 사실 때 공짜로 부탁해 봐도 돼요. 싸게 파시라 해도 되는데 그냥 주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아니면 인터넷으로도 100그램당 400원대에 구입하실 수 있어요. 배송비가 아까울 정도로 저렴하니 한 번 도전해 보시는 것도 좋아요.
만들기는 초간단!
돼지 비계 1kg를 잘게 자르고 냄비에 물 1컵 반 (물의 양은 크게 중요하지는 않아서 1컵 ~2컵 사이로 조절하시면 됩니다)과 같이 넣고 중약불에 끓여요. 냄비 바닥에 붙지 않도록 가끔씩 저어주면서요. 살짝 핑크빛이 돌던 비계가 익으면서 하얗게 변할 겁니다. 물도 뽀얗게 될 거고요. 물이 증발하면서 기름이 빠져나오기 시작해요. 이제 점점 액체의 색이 맑아지고 비계의 부피는 지방이 빠져나가면서 많이 줄어 들어요. 물이 끓던 소리가 기름이 끓는 소리로 변하면 비계도 노랗게 튀겨지기 시작합니다. 비계의 색이 옅은 노란색이 되면 다 된 거예요. 총 40~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이렇게 라드를 뽑아내고 남은 비계는 버리지 않아도 됩니다. 색이 좀 더 나도록 마른 팬에 넣고 볶아서 (이때 기름이 더 빠져나와요) 건져내고 소금을 넉넉히 뿌리면 맥주 안주로 그만입니다.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바삭합니다. 돼지 냄새 걱정도 별로 안 하셔도 돼요.
기름이 식은 후 (혹은 식기 전) 병에 담아 완전히 식히고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서 보관합니다. 각종 볶음 요리, 특히 볶음밥, 짜장면 이런 중식 요리에 활용하면 좋아요. 이걸로 김치 볶음밥을 만들면 고기를 넣지 않아도 맛있다고 하죠.
영상을 보시면 비계가 기름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이해하기가 더 쉬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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