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는 기본 공식만 익혀 두면 그 어느 음식보다도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냉장고나 찬장에 있는 기본 재료들만 가지고도 만들 수 있는 파스타도 많아 냉장고 파먹기, 찬장 파먹기를 할 때도 파스타가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어요. 이런 기본 공식 중 하나는 어제 포스팅에서 말씀 드린 소금물 맞추는 법이라 할 수 있죠.
그리고 모든 파스타가 다 그렇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파스타는 1인분씩 하는 것이 가장 맛있어요. 레스토랑에서 같은 파스타 메뉴가 2인분 주문이 들어왔다고 절대 같이 조리하는 법은 없습니다. 왠만하면 1인분씩 하는 것이 가장 좋고, 이렇게 1인분씩 하다 보면 언젠가 이건 다인분을 해도 되겠다 싶은 감이 오는 파스타 종류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파스타를 손쉽게 만들려면 기본 식재료를 상비해 두고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요? 토마토, 바질, 레몬 이런 것 등은 신선 식품이라 필요할 때마다 사야겠지만 팬트리나 냉장고에 갖추어 두고 있으면 좋을 파스타 재료에는 기본적으로 질 좋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 페페론치노, 홀토마토 통조림, 조리용 화이트 와인, 그리고 추가적으로 포르치니, 앤쵸비, 케이퍼 등을 가지고 있으면 파스타 요리의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오늘은 제가 가장 좋아하고 혼자 있을 때 곧잘 해먹는 파스타인 앤쵸비 국물 파스타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앤쵸비는 소금에 염장한 앤쵸비(멸치)를 올리브 오일에 절인 것이죠. 이게 들어가면 비릴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올리브 오일에 녹아 들어가면서 고소한 맛이 나와 감칠맛이 그야말로 폭발합니다. 그 어떤 인공 조미료보다 강력한 감칠맛을 내요.
멸치류도 그렇지만 감칠맛을 내는 데 빠질 수 없는 재료로는 토마토가 있습니다. 감칠맛을 내는 주성분인 글루타민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토마토로 조리한 음식도 감칠맛이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납니다. 그러니 이 두 가지가 만나면 감칠맛 폭죽이 터지지 않을까요?
원래는 이 파스타를 국물없이 했었어요. 그러나 접시 바닥에 쬐끔 남은 소스까지 박박 긁어 먹는 제 자신을 보며 다음에는 국물을 넉넉하게 해 봐야겠다 싶었고 그렇게 이 국물이 넉넉한 "앤쵸비 국물 파스타"를 만들게 됐습니다. 매콤한 고추도 들어가서 사실은 해장용으로도 아주 훌륭합니다.
위의 영상에 사용된 파스타면은 '부카티니Bucatini'라는 파스타로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 모양입니다. 그 구멍 사이로 소스가 쏙쏙 들어가서 많은 셰프들과 미식가들이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는 롱파스타 중의 하나지요. 예전에는 해외에 가면 챙겨서 사오곤 했는데 이젠 한국에도 파네요. 사실 없는 게 없는 듯 ^^
재료와 만드는 법 소개합니다. 1인분 기준입니다.
<재료>
부카티니 80 ~ 90g (건면 기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2 ~3큰술
양파 다진 것 넉넉하게 1큰술
앤쵸비 1 ~ 2조각 (크기에 따라 결정)
마늘 4~5쪽 슬라이스
매운 홍고추 1개 슬라이스
케이퍼 넉넉한 1작은 술
방울 토마토 4 ~5개 반으로 가른 것
화이트 와인 1/4컵
면수 1컵 이상
바질 5장 얇게 슬라이스
파슬리 다진 것 약간 (옵션)
<만드는 법>
1. 물에 소금을 넉넉히 넣고 (물 1리터 기준 소금 10g) 끓인 후 부카티니를 넣고 패키지에 적힌 시간보다 3분 적게 삶는다.
2. 중불(혹은 중약불)에 프라이팬(22cm 지름이 적당)을 올리고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른 후 다진 양파를 볶는다.
3. 양파가 살짝 투명해지면 앤쵸비를 넣고 녹을 때까지 볶는다. (앤쵸비가 들어가면 사방에 튀므로 뚜껑 같은 것으로 팬 위를 막으면 조금 도움이 된다)
4. 앤쵸비의 형태가 다 사라지고 나면 마늘, 홍고추, 케이퍼를 넣고 살짝 더 볶는다.
5. 화이트 와인을 넣고 불을 조금 더 세게 올려 알콜 기운을 날린다. 와인이 절반 정도 날아갈 때까지 졸인다.
6. 토마토, 면수, 바질, 삶아 둔 면을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7. 국물이 조금 걸쭉해지는 느낌이 들면 간을 보고 (앤쵸비 때문에 대부분 간이 맞지만 모자랄 경우 소금간을 한다) 불을 끄고 접시에 담는다.
8.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조금 뿌리고 (옵션으로) 파슬리 다진 것을 뿌려 마무리 한다.
국물이 제법 넉넉하지만 너무너무 감칠맛이 나고 맛있어서 숟가락으로 다 퍼 먹게 될 겁니다. 빵을 준비해서 국물에 찍어드셔도 당연히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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