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d for thought

카피르 라임의 또다른 이름, 마크루트 라임??

 

동남아 필수 식재료 중 하나인 카피르 라임잎, 동남아 음식을 자주 만들면 아마도 한 번쯤은 이 식재료 이름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똠얌꿍에도 들어가고 그린 커리에도 들어가고 사실 우리가 자주 먹는 많은 태국 음식에 들어가지만 생잎을 실제로 보신 적이 없다면 이름조차 낯설기도 할 겁니다. 

 

 

카피르 라임 잎은 당연한 얘기가 되겠지만 카피르 라임이라는 시트러스 과일 나무의 잎입니다. 카피르 라임Kaffir lime은 시트러스 히스트릭스 Citrus hystrix라는 학명을 가진 귤속에 속하는 시트러스 과일이에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한국에도 생잎이 냉동 형태로 수입이 되었는데 현재는 수입이 중단되었어요. 농약 과다 검출 때문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문제없이 수입이 되고 있는 말린 잎이 생잎과 거의 동일한 효과를 내고 있어 말린 잎을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만 이렇게 화분으로 된 것도 있어서 저는 화분으로 구입해서 잎을 따서 사용하고 있어요. 말린 잎과 같이 사용하다보니 식물이 자라는 속도에 비해 제가 사용하는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서 오늘은 큰 잎을 따서 냉동 보관하려고 잎을 수확(?)했네요. 

 

카피르 라임의 잎은 이렇게 두 개가 한 세트로 붙어있는 형태입니다. 말려서 사용해도 되고 냉동 보관도 가능해요. 말린 것이나 냉동한 것이나 큰 차이가 없어요. 화분을 키우는 재미도 있고 어쩌면 열매가 달릴 수도 있으니 화분을 하나 장만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그런데, 이 카피르 라임이 동남아시아를 벗어나 북미나 유럽에서도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이름에 시비가 걸리기 시작했어요. 왜냐? Kaffir라는 단어가 영어에서는 흑인들을 비하하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미에서 말하는 negro 급의 단어라 보면 되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원주민인 카피르족에서 나온 단어라 특히 남아공에서는 아주 민감한 단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는 이 단어가 남아공에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에 해당하는 단어 중 하나가 되어 사용을 금하고 있어 영어권에서는 kaffir라는 단어 자체를 금기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그 불똥이 카피르 라임에까지 튀어 점점 더 카피르 라임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요. 그래서 이를 대체하는 단어로 태국에서 부르는 식으로 마크루트 라임makrut lime(마크룻 라임, 매크룻 라임)이라고 부르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셰프들이 그냥 카피르 라임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기도 하고 어쩌면 흑인 비하와는 문화적 거리가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뭐라 부르던 크게 상관이 없을 것도 같아 저 역시 아직은 그냥 카피르 라임이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마크루트 라임이 좀 더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혹시 외국 서적에서, 혹은 영어권에 갔을 때 메뉴판에서 마크루트 라임과 같은 낯선 단어를 발견한다면 아! 이게 그 카피르 라임이구나 하시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