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d for thought

[읽어보면 좋은] 올어바웃 커리All about curries

오버진의 새로운 쿠킹 클래스 시리즈인 올어바웃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수업 전에 읽어보시고 오면 좋은 해당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깊이 있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 첫 타자로 커리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의 장으로 제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 및 방문자 분들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올 어바웃 커리 All about curries

 

지역을 아우르고, 세대를 아우르는 신통방통한 음식들 중 하나는 커리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커리 혹은 카레라고 부르는 음식에 들어가는 그 수많은 이국적인 향신료들의 면면을 보면 낯설기 짝이 없지만 집집마다 주기적으로 만들어 먹는 음식이, 여느 분식집이라면 대체로 갖추고 있는 음식이 카레라는 사실은, 이 음식이 이제는 뿌리를 따질 것도 없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일종의 소울 푸드soul food가 되었음을 인정하게 만들 겁니다.

 

커리의 정의와 기원

다들 아시겠지만 커리의 뿌리는 인도에 두고 있습니다. 단어 자체는 소스나 쳐트니chutney와 같은 인도식 렐리쉬relish를 의미하는 타밀어 ‘kari’에서 왔어요. 인도 대륙 자체가 워낙 커서 인도내에서도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의 커리가 존재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문화권과 교류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여러 형태로 파생하며 그 국가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음식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아래에서 좀 더 살펴보기로 하고, 그렇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커리’라고 할 때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커리의 정의에 대해 좀 정리하고 가볼까요?

 

커리의 정의

 

1. 음식 자체나 조리법으로서의 커리: 여러가지 향신료와 허브를 베이스로 하는 소스 또는 그레이비에 육류, 채소, 생선, 콩류 등을 넣어 뭉근히 끓여 조리한 음식.

2. 스파이스(향신료) 믹스로서의 커리: 여러가지 향신료를 조합해 놓은 향신료 믹스 자체를 일컫기도 하는데 커리 파우더나 페이스트 형태로 존재. 지역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 개인의 선호에 따라 믹스의 종류는 매우 다양

 

굉장히 뻔한 얘기같지만 사실 ‘커리’가 뭐냐는 질문에 딱 떨어지게 대답을 내놓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한 문장으로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커리는 ‘다양한 향신료와 허브를 베이스로 하는 그레이비에 육류나 채소 등을 넣어 뭉근히 끓인 음식 또는 여기에 들어가는 향신료 믹스 자체를 일컫는 말’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겁니다.

 

다양한 퀴진에서 만날 수 있는 커리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태어나서 처음 접한 커리는 고기랑 채소 달달 볶다가 물 붓고 오뚜기 카레가루나 블록 풀어서 엄마가 집에서 끓여준 걸쭉한 루roux 베이스의 카레라이스일겁니다. 인도 커리보다 훨씬 순하고 달달한 이 카레라이스는 사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음식인지라 커리에 대한 일본식 해석이 가미된 음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일본식 커리도 영국의 영향을 받았지만요. 그래서 한국인들이 영국식 커리를 좀 더 쉽고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럼 각각의 식문화권마다 커리가 어떻게 해석되고 어떻게 진화했는지, 대표적인 커리 요리는 무엇이 있는지부터 살펴볼까요? 커리 원조국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내용의 상당 부분은 인도 커리에 할애할 예정입니다.

 

1. 인도커리- 원조의 위엄

"Curry is a dish prepared with curry powder, which can be any combination of up to 20 or more spices."

-Madhur Jaffrey

 

(커리는 스무 가지 이상의 향신료를 다양하게 조합한 커리 파우더로 만드는 음식 - 마두르 자프리)




인도 출신의 유명 영화 배우이자 요리사인 마두르 자프리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 사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커리의 진리이자 핵심이죠. 그렇다면 커리에 들어가는 향신료 또는 기타 재료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시작해 보시죠. 

터메릭(강황), 큐민, 코리앤더, 카다멈, 페누그릭(호로파), 펜넬시드(회향씨), 딜시드, 시나몬, 넛멕, 올스파이스, 마늘, 생강, 정향, 칠리, 후추, 월계수, 카수리 메티, 나이젤라 시드, 캐러웨이 시드, 아니시드, 샐러리 시드, 아사페티다, 커리잎 인도 커리 요리에 들어가는 향신료 혹은 건재료 목록입니다. 물론 이것도 전부는 아녜요. 이중에 취향에 따라 넣을 것 넣고 뺄 거 빼면 나만의 커리 믹스가 완성되는 건데 말은 쉽지만 향신료 하나하나의 특성을 다 이해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혹은 보편적인 선호를 감안하여 각각을 증량 혹은 감량하여 만들자면 수학적으로도 무한대의 조합이 나올 수 있는 게 커리입니다. 게다가 인도 대륙의 크기만큼이나 지역적으로도 다양한 커리 음식들이 존재하는데 어디서나 어떤 음식이나 그렇듯 그 지역의 기후, 식재료, 주변 국가 또는 문화권에 따라 달라지는 양상을 보여요.

 

다양한 향신료의 조합, 지역적 다양성이라는 것 외에 인도 커리의 특징이나 자주 등장하는데 무슨 말인지 아리송한 단어들을 좀 짚어드릴까 합니다.

 

토마토 양파 마살라로 시작

많은 인도 커리들은 먼저 기ghee라고 하는 정제 버터에 큐민시드, 양파와 생강-마늘 페이스트, 칠리 파우더, 등을 볶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러다 다진 혹은 슬라이스한 토마토를 넣고 시작합니다. 이를 토마토 양파 마살라onion tomato masala라고 부릅니다. 많은 커리의 베이스가 되다 보니 우리가 양념장을 미리 만들어두듯 이 과정까지 미리 만들어서 냉장 보관하고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기도 마살라 저기도 마살라

위에서도 언급된, 그리고 인도 요리에 자주 등장하는 마살라masala는 스파이스spice, 즉 향신료를 일컫는 힌디어랍니다. 단어의 본질적인 뜻은 그렇고 일반적으로는 여러가지 향신료를 섞은 것을 마살라로 부르는데 위에서처럼 이래저래 섞으면 마살라라고 통칭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은 마른향신료의 조합을 의미해요. 많이들 들어 보신 가람 마살라에도 들어가는 단어죠. 가람 마살라는 따뜻한 기운을 가진 향신료들을 조합해둔 건데, 큐민, 코리앤더, 카다멈, 시나몬, 정향, 넛멕, 후추 등이 들어갑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기지 않나요? 그렇다면 커리 파우더도 일종의 마살라가 아닌가 하신 분 계신가요? , 맞아요. 커리도 이런 의미에서는 마살라 맞습니다.

 

커드 혹은 요거트

앞에서 가볍게 언급했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본식 카레는 버터에 밀가루 같은 전분을 볶아 만든 루roux로 농도를 걸쭉하게 만드는 반면, 인도에서는 커드curd라고 불리는 발효유를 사용하여 맛과 농도를 조절합니다. 발효 방식이 다르지 않으므로 요거트와 거의 같은 것이라 볼 수 있고 실제로 요거트로 대체합니다. 마리네이드를 할 때도 사용되는데 그때는 커드를 소창에 한 번 걸러서 더 걸쭉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그릭 요거트 농도로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커리에 넣는 경우도 있고 라이타raita라고 불리는 사이드 컨디먼트에 많이 사용되는 인도요리 필수 재료랍니다.

 

인도 커리, 어디까지 가봤니?

대륙의 크기도 크거니와 인구도 워낙 많아서 각 가정마다 커리 레시피 하나씩만 가지고 있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수의 커리 음식이 쏟아질 거예요. 늘 먹던 그거(?) 말고 인도 커리에 대한 미식 경험을 좀 더 확대하기 위해 알()(데 있는)신잡 인도 커리의 종류를 정말 간단하게 훑어볼까요?

 

버터치킨(Murgh Makhani): 토마토와 크림 베이스에 마리네이드 하여 구운 닭고기를 넣고 조리한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인도 커리입니다. 대중의 기호에 잘 맞아 가장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도식 커리일겁니다.

팔락 파니르(Palak Paneer): 팔락(시금치)과 파니르(리코타 치즈와 비슷한 인도 치즈)를 넣고 마든 베지테리안 커리예요. 이게 왜 커리인가(왜 안 노란데 커리?)라는 의문을 가지졌다면 위에서 짚어봤던 커리의 정의를 다시 한 번 보시고, 조리 과정을 보시면 아하! 하실 거예요.

빈달루(Vindaloo): 인도 서부 해안에 위치한 고아Goa 지역의 맵고 새콤한 커리를 말합니다. 과거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곳이라 커리에도 그러한 흔적이 남아 있어요. 빈달루는 인도의 다른 커리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는지라 다양하게 드셔보시고 싶다면 빈달루도 한 번 시켜보시면 좋아요.

로간 조쉬(Rogan Josh): 양고기나 염소고기로 만드는 토마토-크림(커드) 베이스의 향긋한 커리인데 아무래도 양고기, 염소고기에 대한 장벽이 높아서 국내에서는 쉽게 못 만나는 음식인데 해외 나가셨다면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아요. 그만큼 대표적인 인도 커리입니다.

차나 마살라(Chana Masala): 병아리콩을 토마토 베이스의 그레이비에 넣고 푹 끓여 만든 베지테리언 커리로 고기가 아니라도 충분히 훌륭하고 맛있는 커리를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는 커리랍니다.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커리가 존재하지만 이 정도만 알아두셔도 인도 커리 경험의 폭이 훨씬 넓어질 거예요.

 

 

 

2. 풍미의 대폭발, 동남아시아 커리

 같은 ‘커리’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인도식과 동남아식은 사뭇 다릅니다. 인도 커리가 건재료로 만든 마살라로 출발한다면 동남아는 촉촉한 페이스트(지역마다 명칭은 상이)에서 출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페이스트에는 동남아서 많이 자라는 레몬그라스, 갈랑갈, 핑거루트, 마크루트 라임 껍질 및 잎 등을 비롯하여 고추, 마늘, 샬롯 등이 들어갑니다. 인도에서 크림이나 요거트를 사용한다면 동남아에서는 코코넛 밀크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 주요 차이점 중 하나인데 동남아의 경우도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 관계로 국가별로 간략하게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 될 거예요.

 

1) 동남아 커리의 대표주자, 태국

 

태국의 커리는 동남아 커리들 중에 어쩌면 가장 많이 접한 커리일 거예요. 커리 페이스트는 보통 색깔별로 구분이 되는데 이건 외관상 그런 것이고 들어가는 재료 때문에 색상에 차이가 나는 것이죠.

 

페이스트의 종류

 

- 레드 커리(Kaeng Phet): 홍고추가 들어가는 커리 페이스트로 가장 많이, 다양하게 사용된다고 할 수 있어요.

- 옐로우 커리(Kaeng Kari): 터메릭으로 인해 유난히 노란 색을 띱니다.

- 그린 커리(Kaeng Khiao Wan): 청고추를 사용해 녹색을 띱니다. 그래서 매운 맛도 다른 커리에 비해 더 도드라지죠. 녹색이라고 순하지 않아요.

- 마사맨 커리(Kaeng Matsaman): 인도나 말레이의 영향을 좀 더 받은 커리로 카다멈, 시나몬, 정향, 팔각 등이 들어가는 특징이 있어요. 이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하실 수도 있는데 시판 커리 페이스트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대표적인 태국식 커리 페이스트입니다.

 

주요 재료

 

어떤 종류의 커리냐에 따라 다르지만 태국식 커리에 많이 사용되는 재료로는 타이바질(훌라파), (태국) 가지, 새우, 돼지고기, 죽순, 그린빈스, 코코넛 밀크 등이 있습니다.

 

 

2) 름파로 시작하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커리

 

태국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인도, 중국 등 인접한 국가들의 영향이 더욱 많이 드러나는 편이고 굉장히 진하고 아로마틱한 향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의 커리는 름파rempah라고 하는 스파이스 페이스트를 만드는 데서 시작하는 데 이 점에서는 태국과 아주 비슷해요. 샬롯, 마늘, 갈랑갈, 레몬그라스, 고추, 터메릭 등을 빻아서 만드는 데 얼핏 맡으면 우리가 김장할 때 만드는 양념과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해요. 이 지역에서 름파는 여기저기 들어가는 만능 양념장이라 볼 수 있는데 커리 요리에도 중요한 베이스가 됩니다.

 

락사laksa: 일종의 커리 누들 수프입니다. 락사도 종류가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으로는 새콤한 맛이 일품인 아삼 락사assam laksa와 진한 코코넛 밀크로 만든 국물 맛이 돋보이는 락사 르막laksa lemak, 그리고 이 락사 르막과 아주 비슷한 커리 미curry mee도 일종의 락사라고 볼 수 있어요.

 

렌당/른당rendang: 한때 CNN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1위에 등극되는 덕분에 국내에도 꽤 많이 알려진 음식으로, 커리향의 고기찜인데 닭도 유명하지만 비프 렌당/른당이 가장 유명합니다. 국물을 바짝 졸여 만든 일종의 드라이 커리라 할 수 있는데 향 때문에 호불호는 갈립니다.

 

피쉬헤드 커리fish head curry: 말레이시아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생선 머리(일반적으로 빨간통돔 머리) 커리로 시큼한 향이 많이 나서 김치찌개를 즐겨 먹는 우리에게 의외로 별로 낯설지 않은 커리입니다. 반도로 혹은 섬으로 바다를 크게 접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인만큼 해산물로 만드는 커리는 당연한 음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커리예요.

 

 

 

3. 크로스오버의 끝판왕, 카리브해 지역의 커리

지상의 낙원이라는 카리브해. 북미와 남미의 중간, 즉 중미에 위치한 국가 단위의 이 다도해 지역은 그 유명한 ‘캐러비안의 해적’이 아니었다면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지역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래도 접근성 때문이겠지요. 지리적, 역사적인 이유로 다양한 퀴진이 영향을 미친 지역으로, 인접한 아프리카를 비롯해 인도, 유럽 등의 영향이 물씬 묻어납니다. 이 지역의 커리는 향이 매우 대담한 편이고 스코빌 지수가 매우 높은 스카치 보넷과 같은 칠리를 사용하기도 해서 매운 맛을 내는 커리도 많아요. 몇 가지 유명한 지역의 커리를 살펴볼까요?

 

자메이카 치킨 커리 : 앞서 말한 스카치 보넷이 들어가는 커리로 인도와는 조금 다른 커리 파우더 믹스로 만듭니다. 그래서 시판하는 커리 파우더 중에 구체적으로 이 지역명이 언급된 브랜드들이 있는데 다른 나라의 커리 믹스도 교차 사용할 수 있기는 합니다.

 

트리니다드 염소고기 커리:트리니다드 토바고는 베네주엘라 위에 위치한 아주 작은 국가로 인구도 국가로서는 매우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생소한 이름의 국가인데 주민의 절반은 인도계 카리브인이라 끊임없이 점령을 시도했던 유럽은 물론이고 인도의 영향도 짙게 배어있어요. 치킨과 같이 무난한 재료를 사용한 커리도 있지만 염소 고기로 만든 커리가 특히 유명합니다. 자메이카와 마찬가지로 스카치 보넷을 비롯한 매운 고추를 많이 사용합니다.

 

4. 커리, 너를 국민음식이라 부르련다 - 영국 

 인도 사람들이 들으면 피식 웃을 테지만 사실 영국도 커리의 세계에서는 있어서는 나름의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브리티쉬 인디언 커리’라는 카테고리가 별도로 있다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라고 봐요. 내셔널 커리 위크National Curry Week와 같은 행사도 있고 브리티쉬 커리 어워즈British Curry Awards라는 상도 있을만큼 커리에 대한 영국인들의 애정은 대단합니다. 이러한 영국식 인도 커리라는 장르는 인도나 그 주변국들에서 유입된 인구들이 영국에 정착하며 만들어진 것이지요. 마치 우리나라의 짜장면처럼요. 그래서 어떤 커리 메뉴는 인도보다 영국에서 더 많이 소비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랍니다. 인도 커리보다는 향이 좀 더 순한 편이고 조금 더 달달한 맛이 나는 편입니다. 영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조정한 것이지요. 잘 알려진 영국식 인도 커리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어요.

 

치킨 티카 마살라Chicken tikka masala: 영국의 국민 커리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인도 식당이 아니어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커리이기도 합니다. 버터 커리와 아주 유사하지만 버터 커리가 좀 더 크리미 한 맛이라면 티카 마살라는 조금 더 토마토 맛이 강하게 나는 편이고 조금 더 달달합니다.

 

볼티 커리Balti curry: 영국에서 인도, 파키스탄 인구가 가장 많이 사는 버밍엄 지역에서 유명한 커리로 웍처럼 생긴 볼티라는 팬에서 조리되는 커리라 이러한 이름이 붙었어요. 파키스탄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커리입니다. 버밍엄에는 이러한 볼티 레스토랑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볼티 트라이앵글Balti Triangle이라는 지역이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전통을 유지하며 볼티 음식들을 이어가고 있는 여러 레스토랑들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5. 한일 커리(카레)

어쨌든 우리가 먹는 커리, 그러니까 카레는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일본식 카레입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루 베이스로 밥 위에 끼얹어 먹는 카레라이스가 대표적이죠. 이 외에도 일본에는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수프카레, 카레 우동 등 다양한 형태의 카레 음식이 존재합니다. 한일의 카레는 자주 먹고, 잘 아는 만큼 가볍게 한 번 언급하는 정도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무엇과 함께 먹을 것인가

마지막으로 이러한 커리 요리는 주로 어떤 음식과 함께 먹는지를 조금 더 알아볼게요. 

1. 밥

어느 나라의 커리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커리는 밥과 함께 먹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보편적인 형태입니다. 문화권별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아요.

 

바스마티 쌀: 인도를 비롯한 서남아식 커리에 곁들이는 장립종

자스민 쌀: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식 커리에 곁들이는 장립종

자포니카 쌀: 한국, 일본식 카레에 곁들이는 단립/중립종

 

2. 플랫 브레드류

난Naan: 인도 커리에 곁들이는 탄두리 화덕에 구운 빵으로 밀가루, 요거트, 이스트 등의 간단한 배합으로 만들어지며 구운 후 버터나 다진 마늘을 발라 먹기도 합니다.

로티Roti: 서남아, 동남아, 카리브해 지역에서 두루 먹는 발효시키지 않은 플랫브레드

파라타Paratha: 기버터 등을 사용하여 접고 미는 방식으로 결을 만든 후 구운 플랫브레드. 인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동남아의 로티 차나이roti canai나 로티 프라타roti prata와 매우 흡사

 

3. 라이타

요거트 베이스의 소스로 시원하고 상쾌한 맛을 더하기 위해 인도에서는 커리를 먹을 때 라이타를 함께 곁들이곤 합니다. 커리 소스 베이스의 솥밥이라 할 수 있는 비르야니의 경우도 이 라이타가 거의 필수적인 곁들임 음식이라 할 수 있어요.

 

4. 쳐트니 또는 절임류

커리에는 새콤한 맛을 내는 음식들과 함께 곁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위에서 살펴본 라이타도 이런 의미에서는 같은 범주에 들 수 있겠지만 만들어서 저장해두고 먹는다는 의미에서는 조금 결이 다르기도 합니다. 아무튼 채소나 허브, 과일 등으로 새콤달콤하게 만든 일종의 잼 혹은 소스라고 할 수 있는 렐리쉬가 인도 커리에 곁들여지곤 한다면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김치나 장아찌류의 절임 음식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이렇듯 커리는 인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보편적인 글로벌 음식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지역의 식재료나 식문화와 결합하며 진화된 양상은 상당히 다르기도 하지만 다양한 육류와 채소, 진하고 풍부한 향을 대담하게 사용했다는 공통적인 면을 보면 같은 바탕에서 출발한 음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더 길고 더 깊게 풀어볼 수도 있는 커리 이야기라 적절한 선에서 글을 매듭짓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네요. 여기에 소개하지 많은 다른 커리 요리들도 굉장히 많이 있다는 사실은 이 글이 그렇게 다양한 커리의 세계에 입문하기 위한 좋은 게이트웨이로 이용되면 좋지 않을까 하고 바람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